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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미션 / 2014. 4. 15. 19:11

차가 쓰다.

평소보다 쓰고 맛없는 차.

그는 얼굴을 찡그리며 차를 퇴수기에 조심스럽게 버린다. 아직 찻잔에 남아 있는 온기를 느끼듯 두 손으로 잔을 감싸고 그냥 멍하니 보기만 했다. 링링은 고이고 꼬여서 풀지도 못하는 생각들을 억지로 풀 듯 인상을 찡그리다가 무의식적으로 손을 내밀어 누군가를 부른다.

 

- 이리 와……

 

조금 갈라진 링링의 목소리가 들리자 스--- 소리를 내며 길쭉한 생명체가 그가 내민 손을 타고 올라오며 온 몸을 감으며 어느새 그의 옆으로 얼굴을 쏙 내민다. 자신보다 낮은 링링의 체온에 꼬이고 꼬여 열 받은 머릿속이 조금은 정리된 기분에 한숨을 내쉰다.

 

- 난 어디서든 이 우주선처럼 붕붕 떠다니는 존재 인가 봐......”

 

또 한 번 길게 한숨을 내쉬고 자신의 볼에 얼굴을 비비며 애교를 부리고 있는 랑의 머리는 쓰다듬으며 링링은 자신이 우주선에 타기 일주일 전 일을 생각해본다.

 

------------------------

일주일 전 수라는 행성에서의 일이었다.

 

자 여기-”

 

남자는 링링의 앞에 두 장의 종이를 내밀며 즐거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링링은 남자의 웃음에 불안함을 느낀 듯 머뭇거리다가 남자가 준 종이를 받아 펼친다. 한 장은 링링이 남자에게 속한 노예라는 걸 알려주는 노예증, 또 한 장은 링링의 새 신분증 이였다. 링링은 이 종이를 주는 남자의 생각을 알아버렸다. 하지만 모른 척 하고 싶었다.

 

이걸 주시는 의미는......”

링은 똑똑한 아이니까 금방 이해하겠죠?”

 

이해? 이해는커녕 생각도 하기 싫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강제로 머릿속에 입력시키듯 이해해야한다. 링링은 자신의 앞에서 생글생글 웃고 있는 남자에게 도움을 받았다. 정확히 말하면 링링의 아버지와 같다고 말할 수 있다. 싱에서 납치당해 여기저기 팔려 다니며 링링은 어린아이가 감당하기 힘든 일까지 견디며 살아왔다. 그건 그를 8년 전 남자가 노예시장에서 구해주었다. 이번에도 이리저리 굴러다니다가 분명 또 다른 곳으로 팔릴 거라고 생각하던 링링은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했다. 남자는 링링에게 좋은 옷을 입히고 맛있는 음식을 먹여주었고 공부도 가르쳐주었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의 행성에서 외교관인 남자는 링링과 이곳저곳 여행 다니며 여러 가지를 보고 경험하고 배우는 즐거움을 알려주었다. 남자에게 있는 정 없는 정 다 들어버린 링링은 남자가 하는 말을 이해할 수가 없다. 하지만 떠나야한다.

 

주인님 전 지금 가고 싶은 곳도 하고 싶은 것도 없는…….”

괜찮아요. 괜찮아 링이라면 이제 다- 큰 어른이니까. 제가 우주선도 필요한 물건들도 다 준비했으니까 링은 떠나기만 하세요. ! 타임........ 그거 꼭 발급받고 떠나세요.”

 

링링의 말을 뚝 잘라먹은 남자는 자기 할 말만하고 방을 나간다. ‘원래 저 사람은 저런 사람이야.’ 하고 생각한 링링은 지하로 내려가 남자가 준비해준 우주선을 보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여전히 고약한 취향-”

 

처음 보는 우주선에서 익숙한 꽃 냄새가 나는 기분이 들었다.

-----------

그 일이 있고 다음날 링링은 바로 타임라인센스를 발급받았다. 바로 링링은 수를 떠나 우주로 나왔다. 처음에는 어색했던 우주선 안에서의 생활도 조종도 익숙해지고 있었다. 우주선 안을 둥둥 떠다니는 솜뭉치들에게 이름을 지어줄 정도로 친해졌다. 이제 슬슬 움직일 생각인지 링링은 다기를 정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어나는 링링을 따라 랑도 그의 뒤를 스--- 소리를 내며 따라왔다. 조종석에서 의자를 빙빙 돌리며 한참을 고민하던 링링은 랑을 보며 말을 했다.

 

! 첫 여행은 어디가 좋을까? 랑은 어디 가고 싶어?

-----”

 

남들이 들으면 의미없는 스----지만 링링은 그 소리를 듣고 얼굴이 순간 가라앉는 느낌이었지만 다시 웃는 얼굴로 돌아왔다.

 

-- 그래 한번은 가봐야지. 마지막으로 가보자 운구가 열리는 날은...... 알고 있어. 마지막으로 보러가자.”

 

링링의 말을 들은 랑은 자신의 보라색 방석위로 올라가 똬리를 틀고 그냥 그를 보기만 했다. 조종간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네모모양의 슬라이더를 올리자 그 안에 시공간이동기능 장치가 들어 있었다. 처음 사용해보는 장치에 잠시 긴장 했지만 한 번의 심호흡으로 긴장을 풀고 차근차근 원하는 위치와 시간을 입력하고 주황색 버튼을 꾸욱 눌렸다. 그 순간 머리가 어지럽고 서 있기가 힘들며 주변이 반짝이며 빠르게 지나가는 느낌을 링링은 받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솜뭉치들과 랑도 깜짝 놀라 우주선을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처음으로 한 시공간 이동으로 조금은 멍해진 링링이었지만 금세 정신을 차리고 익숙한 느낌에 우주선 밖을 내다 보였다. 핑크색 솜털로 감싸여진 그의 고향 싱은 여전히 따뜻한 기분이었다. 매일 따뜻한 노래가 들려오고 포근한 향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며 소녀 소년들이 춤추며 노래 부르는 평화로운 별이지만 19년 만에 찾아온 싱은 그에게 그냥 자신의 쌍둥이 남매가 사는 별이였다. 딱 그뿐이었다. 링링은 눈을 감고 자신의 쌍둥이 랑랑을 떠올리며 생각했다.

 

랑랑, 잘 있어 항상 건강해야해.’

 

 

Posted by 가락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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